딥 퍼플은 하드록을 어떻게 완성했을까? 리치 블랙모어가 만든 강렬한 기타 사운드
록 음악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유난히 자주 함께 등장하는 밴드들이 있습니다.
Led Zeppelin.
Black Sabbath.
그리고 Deep Purple.
이들은 비슷한 시대에 활동했고 모두 강력한 록 사운드를 들려줬습니다. 그래서 하드록과 헤비메탈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런데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세 밴드의 색깔은 꽤 다릅니다.
Led Zeppelin에는 블루스를 중심으로 한 자유로운 즉흥성과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있었고, Black Sabbath에는 무겁고 어두운 기타 리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Deep Purple에는 또 다른 강렬함이 있었습니다.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존 로드의 오르간.
이언 길런의 폭발적인 보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뒤에서 밀어붙이는 강력한 리듬 섹션.
특히 제가 딥 퍼플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리는 의외로 기타가 아닙니다.
바로 오르간 사운드입니다.
물론 다른 록 밴드들도 오르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게 딥 퍼플의 음악에서 그 오르간 소리를 빼놓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바로 그 점이 딥 퍼플이라는 밴드를 다른 하드록 밴드와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딥 퍼플은 처음부터 지금 우리가 아는 딥 퍼플은 아니었다
Deep Purple은 1968년 영국에서 결성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흔히 떠올리는 전성기의 딥 퍼플 사운드는 조금 뒤에 완성됩니다.
1969년 Ian Gillan과 Roger Glover가 합류하면서,
Ritchie Blackmore – 기타
Ian Gillan – 보컬
Roger Glover – 베이스
Jon Lord – 키보드
Ian Paice – 드럼
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Mark II 라인업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멤버들이 1970년대 초반 딥 퍼플을 대표하는 음악을 쏟아냅니다.
1970년 《Deep Purple in Rock》
1971년 《Fireball》
1972년 《Machine Head》
이 시기의 음악을 들어보면 딥 퍼플의 정체성이 굉장히 선명합니다.
큰 볼륨.
강력한 기타 리프.
빠른 연주.
폭발적인 보컬.
그리고 기타와 오르간이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듯한 긴장감.
우리가 지금 ‘Deep Purple다운 사운드’라고 부르는 것이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딥 퍼플의 사운드에서 오르간을 빼놓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딥 퍼플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장 특별하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존 로드(Jon Lord)의 오르간입니다.
록 밴드에서 키보드는 때때로 기타 뒤에서 화음을 채워주거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딥 퍼플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존 로드의 Hammond Organ은 밴드의 중심 악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르간이 단순하게 기타의 빈 공간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기타와 맞붙습니다.
리치 블랙모어가 기타 솔로를 연주하면 존 로드가 오르간으로 받아치고,
오르간이 거대한 소리를 만들어내면 다시 블랙모어의 기타가 그 위를 파고듭니다.
어떤 순간에는 두 악기가 협력하는 것처럼 들리고, 또 어떤 순간에는 서로 누가 더 강한지를 겨루는 것처럼 들립니다.
바로 이 긴장감이 딥 퍼플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다른 밴드의 음악에서 키보드가 없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딥 퍼플에서 오르간을 제거하면 밴드의 정체성 자체가 상당 부분 사라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에게 딥 퍼플의 사운드는
기타 + 오르간
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 위에 서 있습니다.
Jon Lord의 Hammond Organ은 왜 그렇게 강렬했을까?
Hammond Organ 자체는 딥 퍼플이 처음 사용한 악기가 아닙니다.
재즈와 블루스, 소울, 록 등 다양한 음악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존 로드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느냐입니다.
그는 오르간을 얌전한 건반악기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거친 증폭과 드라이브된 사운드를 이용해 기타 앰프에 맞설 만큼 공격적인 음색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딥 퍼플의 음악을 처음 듣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이게 기타인가?”
싶을 정도로 거칠고 강한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소리가 오르간입니다.
특히 〈Highway Star〉와 〈Lazy〉 같은 곡을 들어보면 딥 퍼플에서 오르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밴드에서는 키보드가 조연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리드 악기입니다.
리치 블랙모어, 자기 방식이 너무나 분명했던 기타리스트
딥 퍼플을 이야기하면서 Ritchie Blackmore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블랙모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그의 성격과 인간관계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고, 사람마다 그를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히 다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런 부분은 굳이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음악잡화점에서 보고 싶은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느냐보다 어떤 기타리스트였느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블랙모어의 연주를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방식에 대한 강한 확신입니다.
이것은 객관적인 인물평이라기보다 제가 그의 음악에서 받는 개인적인 인상입니다.
블랙모어의 연주에서는
“나는 이렇게 연주한다.”
라는 태도가 굉장히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기타리스트처럼 연주하려는 느낌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음과 프레이징, 사운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연주자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그의 기타에는 일종의 자존심과 긴장감이 있습니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흘러가기보다는 언제라도 앞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블루스에만 머물지 않았던 기타
1960년대와 1970년대 영국 록 기타리스트에게 블루스의 영향은 매우 컸습니다.
Eric Clapton.
Jeff Beck.
Jimmy Page.
Peter Green.
당시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이 미국 블루스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리치 블랙모어 역시 블루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연주에는 또 다른 요소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클래식 음악의 영향입니다.
빠른 스케일 연주.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음의 배열.
극적인 멜로디.
그리고 날카롭게 음을 끊어내는 피킹.
이런 요소들은 이후 Rainbow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훗날 수많은 하드록과 헤비메탈 기타리스트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들어보면 헤비메탈 기타에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여러 요소들이 이미 블랙모어의 연주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Stratocaster
블랙모어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악기가 있습니다.
Fender Stratocaster.
하드록이라는 장르를 생각하면 Les Paul과 험버커 픽업의 두껍고 강력한 사운드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블랙모어는 Stratocaster라는 악기를 자신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Stratocaster 특유의 날카롭고 선명한 음색에 강력한 앰프 사운드를 결합하면서 블랙모어 특유의 기타 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도 그의 연주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무조건 두껍게 채우기보다는,
자신의 기타가 밴드 사운드 한가운데를 날카롭게 뚫고 나오는 느낌.
딥 퍼플에서 기타와 오르간이 동시에 강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음색의 차이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곡, 〈Highway Star〉
딥 퍼플의 수많은 곡 가운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곡이 있습니다.
〈Highway Star〉입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일렉기타를 잡으면 이 곡을 취미 삼아 연습하곤 합니다.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곡 자체를 연주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Highway Star〉를 연주해보면 듣고 있을 때와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집니다.
곡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갑니다.
드럼과 베이스가 밀어붙이고,
오르간이 질주하고,
이언 길런의 목소리가 그 위로 올라가고,
결국 블랙모어의 기타 솔로가 등장합니다.
이 곡에는 딥 퍼플의 특징이 정말 압축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특히 기타를 직접 잡고 연주해보면 블랙모어의 프레이즈에는 단순한 블루스 록 기타와는 조금 다른 긴장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빠른 연주라고 해서 단순히 음을 많이 연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멜로디가 있고,
구조가 있고,
블랙모어 특유의 공격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 만들어진 곡인데도 〈Highway Star〉를 연주할 때마다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좋은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반드시 낡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Highway Star〉에는 딥 퍼플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1972년 《Machine Head》의 첫 곡인 〈Highway Star〉는 딥 퍼플이라는 밴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곡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리듬.
강력한 보컬.
존 로드의 오르간 솔로.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솔로.
그리고 이 모든 연주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리듬 섹션.
여기서 특히 재미있는 것은 오르간과 기타 솔로가 모두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한쪽이 다른 쪽을 보조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 곡 안에서 결합됩니다.
그래서 딥 퍼플은 단순히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있는 록 밴드’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다섯 명의 강한 연주자가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경쟁하는 듯한 밴드였습니다.
〈Smoke on the Water〉, 단순한 리프의 위력
하지만 딥 퍼플을 가장 널리 알린 기타 리프를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Smoke on the Water〉
일 것입니다.
기타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연주해봤을 가능성이 높은 리프입니다.
몇 개의 음만으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리프인데도 처음 몇 음을 듣는 순간 곡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 곡은 1971년 스위스 몽트뢰에서 발생한 실제 화재 사건에서 탄생했습니다.
딥 퍼플이 《Machine Head》 녹음을 준비하던 당시 Frank Zappa의 공연이 열리던 Montreux Casino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멤버들이 호수 위로 번지는 연기를 바라본 경험이 노래의 소재가 됐습니다.
이 곡을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연주가 복잡하다고 반드시 좋은 리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리프는 기억에 남아야 합니다.
몇 음만으로 곡 전체의 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가진 것입니다.
Ian Gillan의 목소리까지 하나의 악기였다
딥 퍼플의 강한 사운드에서 이언 길런의 보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Child in Time〉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조용하게 시작한 곡은 점점 긴장을 높이고,
길런의 보컬은 점점 높은 음역으로 올라갑니다.
마침내 거의 비명에 가까운 고음이 터져 나오고,
그 뒤를 블랙모어의 기타가 이어받습니다.
딥 퍼플에서는 보컬 역시 기타와 오르간만큼 강해야 했습니다.
악기들이 워낙 큰 에너지를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강한 악기 위를 뚫고 나올 수 있는 보컬이 필요했고, Ian Gillan은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Ian Paice와 Roger Glover, 화려한 연주를 움직이게 한 엔진
리치 블랙모어와 존 로드의 연주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Ian Paice와 Roger Glover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없었다면 딥 퍼플의 질주하는 사운드도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언 페이스의 드럼은 굉장히 역동적입니다.
빠른 음악에서도 단순히 박자를 지키는 느낌이 아니라 곡 전체를 앞으로 밀어냅니다.
로저 글로버의 베이스는 기타와 오르간 사이를 단단하게 연결합니다.
바로 이 리듬 섹션이 있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솔로가 돋보이는 밴드일수록 그 밑에서 중심을 지키는 연주가 중요합니다.
딥 퍼플은 그 균형이 상당히 좋은 밴드였습니다.
《Machine Head》는 왜 중요한 앨범일까?
1972년 발표된 《Machine Head》에는 딥 퍼플의 대표곡들이 대거 들어 있습니다.
〈Highway Star〉
〈Maybe I'm a Leo〉
〈Pictures of Home〉
〈Never Before〉
〈Smoke on the Water〉
〈Lazy〉
〈Space Truckin'〉
지금 들어도 상당한 에너지를 가진 곡들입니다.
이 앨범에는 딥 퍼플의 음악적 특징이 거의 모두 들어 있습니다.
기타 리프
Hammond Organ
빠른 연주
강력한 보컬
블루스와 클래식의 흔적
즉흥성과 솔로
그리고 같은 시기 일본 공연을 기록한 《Made in Japan》까지 들어보면 딥 퍼플이라는 밴드의 진짜 강점이 더욱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이들은 스튜디오에서 정확하게 만들어진 음악을 재현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밴드가 아니었습니다.
무대에서 곡을 늘리고 줄이면서 서로 반응하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능력이 뛰어난 밴드였습니다.
딥 퍼플이 하드록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글의 제목에는 ‘완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딥 퍼플이 혼자 하드록을 만들었고 완성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같은 시대에는 Led Zeppelin도 있었고 Black Sabbath도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Cream, Jimi Hendrix Experience를 비롯한 수많은 음악가들이 더욱 강한 록 사운드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음악의 역사는 한 사람이 어떤 장르를 발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여러 음악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갑니다.
딥 퍼플도 그 흐름 속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딥 퍼플이 보여준 형태가 이후 하드록을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점이 됐다는 것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기타 리프.
엄청난 볼륨.
높은 연주력.
폭발적인 보컬.
기타와 오르간의 솔로 경쟁.
즉흥성이 강한 라이브.
이런 요소들이 하나의 밴드 안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결합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완성’은
딥 퍼플이 하드록이 어디까지 강하고 화려해질 수 있는지를 하나의 분명한 형태로 보여줬다
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리치 블랙모어에서 Rainbow로
Deep Purple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중요한 이름을 만나게 됩니다.
Rainbow.
리치 블랙모어는 딥 퍼플을 떠난 뒤 Rainbow를 결성했고, 이곳에서 Ronnie James Dio와 함께 또 다른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Deep Purple과 Rainbow는 단순히 서로 다른 두 밴드라기보다 음악적 계보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딥 퍼플에서 이미 나타났던 블랙모어의 클래식적인 기타 감각은 Rainbow에서 더욱 분명해졌고,
Dio의 극적인 보컬과 결합하면서 이후 헤비메탈의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여기서 음악의 계보가 재미있어집니다.
Deep Purple을 듣다 보면 Rainbow가 등장하고,
Rainbow를 따라가면 Ronnie James Dio를 만나고,
다시 그를 따라가면 Black Sabbath와 Dio라는 이름까지 이어집니다.
서로 별개의 밴드처럼 보였던 음악들이 사실은 수많은 뮤지션을 통해 연결돼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밴드라는 것
딥 퍼플의 역사는 정말 깁니다.
그 긴 세월 동안 멤버 구성도 여러 번 바뀌었고 수많은 음악가들이 밴드를 거쳐갔습니다.
그래서 Deep Purple의 역사를 따라가는 일은 한 밴드의 디스코그래피만 보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전설적인 뮤지션과 밴드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등장합니다.
Led Zeppelin.
Black Sabbath.
Rainbow.
그리고 이후 등장한 수많은 하드록과 헤비메탈 밴드들.
누가 누구보다 위대하다는 순위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서로 다른 음악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록 음악의 영역을 넓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딥 퍼플은 그 역사 한가운데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분명하게 만들어낸 밴드입니다.
나는 왜 아직도 딥 퍼플을 좋아할까?
음악을 오랫동안 듣다 보면 어릴 때 좋아했던 음악 가운데 어느 순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 음악도 있습니다.
반대로 세월이 지나도 계속 다시 듣게 되는 음악도 있습니다.
저에게 딥 퍼플은 후자입니다.
지금도 〈Highway Star〉를 들으면 기타를 한번 잡아보고 싶어지고,
Hammond Organ이 등장하면
“그래, 이게 딥 퍼플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에서는 여전히 강한 자기 확신이 느껴지고,
존 로드의 오르간은 다른 밴드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딥 퍼플만의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몇십 년 전에 만들어진 음악인데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저는 지금도 딥 퍼플의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음악은 꼭 새로운 음악일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듣고 싶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딥 퍼플은 제게 그런 밴드입니다.
결국 딥 퍼플의 진짜 힘은 무엇이었을까?
딥 퍼플을 단순히 ‘리치 블랙모어의 밴드’라고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블랙모어의 기타는 분명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존 로드의 오르간이 없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딥 퍼플의 사운드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Ian Gillan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그 거대한 악기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폭발력도 달랐을 것입니다.
Ian Paice와 Roger Glover가 없었다면 그 음악을 앞으로 밀어내는 힘 역시 사라졌을 것입니다.
결국 딥 퍼플의 강력함은
각자 너무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연주자들이 한 밴드 안에서 서로 충돌하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것
에서 나왔던 것이 아닐까요.
기타와 오르간이 경쟁하고,
보컬이 그 위를 뚫고 올라가고,
리듬 섹션이 전체를 거칠게 밀어붙입니다.
바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
아, 이건 딥 퍼플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두 마디만으로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밴드.
그것이 어쩌면 진짜 전설의 조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줄 요약
Deep Purple의 가장 독특한 정체성은 Ritchie Blackmore의 기타뿐 아니라 Jon Lord의 강력한 Hammond Organ이 함께 만들어낸 사운드에 있다.
〈Highway Star〉와 《Machine Head》에는 기타·오르간·보컬·리듬 섹션이 서로 경쟁하면서 만들어내는 딥 퍼플 특유의 에너지가 압축돼 있다.
딥 퍼플이 하드록을 혼자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하드록이 얼마나 강하고 화려한 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핵심 밴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관련링크
「하드록과 헤비메탈은 무엇이 다를까? 비슷하지만 다른 두 장르」
「헤비메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블랙 사바스에서 시작된 새로운 음악」
<생성형 AI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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